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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20.05.22 [연안부두]말해다오. 그 짜장면 집 (8)

아마... 여기쯤 이었던 가? 그때 그 자리가?

따르릉... 

친구: 진팔아 알바좀 할래?

진팔: 좋지.

저는 연안부두로 알바를 갔습니다.

연안부두....

저 어릴적 어느날 엄마는 서울 왕십리에 있던 외가집으로 우리를 데리러 왔습니다.

그 집은 왕십리에서 마지막 남은 초가집이었습니다. 아마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초가집이었을지도 모르죠.

어느날 저와 1살 어린 제 여동생은 외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이유도 모른채 이 집으로 왔습니다.

저 쪽마루 위에 걸터앉은 우리의 발이 땅바닥에 닿지 않을 나이였습니다.

여동생: 엉엉엉 ㅠㅠ 엄마 아빠 보구싶어.ㅠㅠ

진팔: 바보야. 엄마 아빠 못 봐. 울지마!

라고 했다고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말했다는 말을 나중에 엄마에게 들었습니다.

그 말을 하면서 외할머니는 '진팔이 잘 키워라. 저 어린 것이 말 하는 것 좀 봐라.' 라고 엄마에게 말 했답니다.

그때 우리는 마루에 걸터 앉으면 땅에 발이 닿지 않을 나이였거든요. 아마 외할머니는 1살 차이밖에 안나는 제가 엄마 보고 싶다고 울지도 않고, 동생을 달래는 것을 보고 대견했나봅니다. 어차피 둘 다 아기이긴 마찬가지인대 말이죠.

어쨌든 우리는 엄마를 만나서 너무 기뻤습니다. '엄마~~~!' 하며 달려가서 엄마에게 안겼습니다.

엄마는 제 여동생을 업고, 저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습니다.

저는 아기였고, 엄마가 여동생만 업어주는 게 샘이나서 '나도 업어줘! 나도 업어줘!' 라고 졸랐습니다.

바로 그럴 나이였죠.

엄마는 여동생을 업고, 나를 안고 지하철 역까지 걸어갔습니다.

지하철을 타고 간 곳은 '연안부두'

바로 이곳이었습니다.

그때와는 많이 달라졌기에 가장 비슷한 곳을 찍었습니다.

그때는 이렇게 배가 많지 않았습니다.

여기서 엄마는 지친 몸을 쉬려고 벤치에 앉아서 우리에게 짜장면도 사주고 쌍안경도 보여줬습니다.

당시에 탁자위에 쌍안경을 놓고 한번에 100원에 볼 수 있게 해 주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.(50원 이었나?)

저는 바다에 떠 있는 통통배를 보았습니다. 그땐 보면서도 그게 뭔지를 몰랐습니다. 그냥 신기하다고 생각 했죠.

진팔: 엄마 저거 뭐야?

엄마: 응. 그건 통통배야.

(경운기 엔진을 달아서 통통 거리는 소리를 내는 통통배)

여기 온 김에 그때 먹었던 짜장면 가게를 가봐야 겠습니다.

한참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고, 배는 고프고, 다리는 아프고 해서 오래돼 보이는 중국집으로 들어갔습니다.

시킨 음식은 이것입니다.

짬뽕이 붇기 전에 먼저 다 먹고, 짜장면을 비빕니다.

아마 그때 엄마가 비비던 바로 그 방식으로 비볐겠죠? 기억은 안 나지만, 제가 짜장면을 비비는 방식은 엄마가 짜장면을 비비던 바로 그 방식을 따를 것 같습니다.

그리고 입에 넣기 전에 코로 한번 냄새를 맡아봅니다.

'아!... 이 냄새 맞아. 여기가 바로 거기 그 짜장면 집이었나?'

저는 가게 주인에게 이 가게가 언제부터 있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,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서 가게를 이리저리 두리번 거렸습니다.

그러다가 문쪽에 '20년 전통' 이라는 글씨를 발견했습니다.

'20년이면 오래되긴 했지만, 그때 그 가게는 아니겠구나... 그때는 40년도 넘었을 때니까.'(70년대임)

어쨌든 냄새는 확실히 그 냄새가 맞았습니다.

순간 저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갔습니다.

엄마와 짜장면을 먹고, 쌍안경을 보고, 연안 부두 땅바닥에 돌아다니던 손톱만한 게를 구경하다가

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에

엄마: 진팔아. 빽빽아. 우리 여기서 죽을까?

우리: 어떻게?

엄마: 우리 셋이서 여기 바다에 뛰어들자.

우리: 엉엉 ㅠㅠ 엄마 그러지마!~~ 

 

진팔: 엄마. 그때 왜 그랬어?

엄마: 영종도에 뛰어내리기 좋은 절벽이 있다고 해서.

진팔: 그런대 왜 영종도에 안 갔어?

엄마: 너무 힘들어서.... 배 시간을 놓쳐서....

 

엄마는 배 시간을 실수로 놓쳤을까요? 아니면 일부러 놓쳤을까요?

모르죠.... 왜 죽으려고 했을까요?... 모르죠...

어쨌든 저는 짬짜면을 배부르게 먹고, 제가 30만원 주고 한달 빌린 허름한 모텔로 돌아갔습니다.

엄마.... 내가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해 줄께...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, 죽지마.

youtu.be/yaDPGXYLfqU

아... 피곤하다... 내일 일 하려면 푹 쉬어야지.

옛날식 브라운관 테레비가 있고, 창 밖에는 비둘기가 사는 그야말로 진짜 오래된 모텔

youtu.be/Gc-HLWbDkls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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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엄군 2020.05.23 11:26 Address Modify/Delete Reply

    박경리 소살보다 더 훌륭하고 임팩트 강합니다. 영화같은 삶을 사셨군요 .

  2. 일간베스트 2020.05.23 17:56 Address Modify/Delete Reply

    짬짜면 먹은지가 벌써 십년은 넘은거 같노. 요즘 눈 뜨면 갈데 있고 돈 나오면 최고인데 숙소달방인거 같노. 건강유의 하길

  3. 지나가다 2020.05.23 23:49 Address Modify/Delete Reply

    인천에 오셨군요
    제가사는 여기서 연안부두가 30분거리인데...
    웰컴입니다 ㅋ ^^

  4. 지나가다 2020.05.29 01:35 Address Modify/Delete Reply

    미네르바때 부터 요약짱에 놀라 죽 읽어봄
    제발, 잘 되시길..
    하는일마다 잘 되길 진심 기도합니다

    가끔 큰 사건에 요약글도 부탁할께요